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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도봉산 노래방, 그곳에서만 일어나는 사건

작성일 : 2021-01-19 17:10 작성자 : 김선재 기자

도봉산 입구에는 작은 노래방이 하나 있다. 이 노래방의 손님들은 특이하게 카운터에서 가게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라진다.

 

"사장님, 저 첫월급 나왔어요. "라며, 돈뭉치가 든 봉투를 놓고 불이나케 노래방을 나오는 청년, "덕분에 따뜻한 겨울을 보내요." 라며, 김치를 한포기를 놓고 가는 할머니. 이 노래방의 풍경이다. 과연 이 노래방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하고자 한다. 3년 전 여름. 5년 간 회사에 몸을 바쳤지만 하루 아침에 해고 당한 30대 초반의 청년이 있었다. 그는 지친 마음을 달래러 평일 아침 도봉산에 왔다. 생각 없이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 순간 중턱까지 오게 됐고,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에 마음을 정리하며 하산했다. 그렇게 하산하고  도봉산 초입까지 오고 나니 빈대떡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땀도 흘렸겠다, 막걸리를 곁들여 빈대떡을 한 접시 먹었다. 술이 한잔 곁들여서 인지 왠지 모르게 우울해졌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게 되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 기분 전환 겸 초입에 있는 작은 노래방에 들어갔다. 당시 시간은 5시가 좀 안된 시간이었다. 

 

"젊은 청년이 이 시간에 여긴 왜 왔어?" 노래방 사장님의 첫 인사였다. 그는 "노래방에 노래 부르러 왔죠"라며 퉁명스러운 대답과 함께 금액을 물어봤다. 이에 노래방 사장님은 "젊은 청년이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괜히 돈 쓰지 말고 집에 들어가" 라고 그를 돌려보내려 했다. 청년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왠지 노래방 사장님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억지로 카운터에 돈을 던지고 아무방에나 들어갔다.

 

 

노래방 사장님은 그가 들어간 방에 시간을 넣어줬고, 청년은 1시간 가량 노래를 부르고 나왔다. 그런데 노래방 사장님은 나가려는 청년을 붙잡고 "이 돈은 괜찮으니까 가져가세요. 아직 젊은 청년이 평일 대낮에 여기서 시간보내면 안돼요." 라며 청년의 손에 그가 던진 돈을 쥐어줬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청년은 처음에 돈을 던지며 퉁명스럽게 말했던 자신의 모습이 미안해졌다. 그리고 정중히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요즘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괜한 곳에 화풀이를 했던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며 다시 돈을 사장님에게 돌려줬다. 그러자 노래방 사장님은 "그럼 이 돈은 지금 청년의 고민 값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라며 재차 돌려줬다. 그러자 그는 5년 동안 회사에 충성했지만 하루 아침에 짤려 오갈 곳도 없고, 특별한 기술도 없어서 정말 죽고 싶어 도봉산에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들이 모여 아까 괜한 곳에 화풀이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래방 사장님은 "오히려 그 회사에서 해고 당한 것이 평생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 것일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말고 오늘은 일단 집에 들어가서 쉬세요. 그리고 그 고민이 해결이 안되면, 제가 들어줄게요."라고 말하며 청년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청년은 고민 끝에 자신도 모른 사이에 잠들었다. 그리고 찾아 온 아침. 청년을 갈 곳이 없었다. 당장 먹고 살 돈이 필요했다. 알바 구인모집을 보고 알바를 시작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러, 청년은 이대로 알바만 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기술이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30대의 청년에게 기술을 가르쳐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민이 더욱 깊어졌고, 그 고민은 술과 친해졌다. 술과 하루 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3개월 전 노래방 사장님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듯 도봉산 노래방을 찾아갔다. "사장님 저 기억하세요?" 라는 말과 함께 넋두리를 이어갔다. 그러자 노래방 사장님은 "약속 하나만 합시다. 무조건 이 악물고 6개월만 버텨요." 라며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친구가 운영하는 횟집이었다. 마침 일손이 필요하다는 친구였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건 것이었다. 그리고 "횟집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운영을 같이 할 사람을 키우고 싶다네요. 내일 오후 3시까지 K대 앞 횟집으로 가봐요." 라며 청년을 돌려보냈다. 그는 의심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고마울 뿐이었다. 고맙다는 말만 연거푸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횟집을 찾아갔다. "노래방 사장님이 말한 청년이죠?" 노래방 사장님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렇게 횟집에서 일을 시작한 청년은 기술을 배웠고 6개월을 버텼다. 그런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자신의 인생에서 회를 만질 것이라고 1도 생각 안하던 그에게 적성이 맞는 것이었다. 이에 직접 제안하여 정규직을 제안했고, 그렇게 2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청년은 횟집에서 일하면서 연인을 만나 결혼까지 성공하였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그리고 찾아간 도봉산 노래방.

 

 

청년은 2년 만에 노래방을 찾았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2019년 5월 5일이었다. 

 

"어때요? 횟집은 할만해요?"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노래방 사장님을 부등켜 안고 아무말 없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저는 한 게 없어요. 직접 기회를 만들고 창출한 것은 본인이에요." 청년이 이후 알게 된 것이지만, 노래방 사장님은 도봉구에서 유명한 날개 없는 천사였다. 추운날 배회하는 어르신들에게 노래방으로 모시고 들어와 식사를 대접하고, 지역 차상위계층 청소년들에게 의류 후원을 하며, 복지관에 정기 후원을 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모르게 사회공헌을 하고 있었던 나름 도봉구에 저명한 인물이었던 것이었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로 도봉산 노래방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2020년 11월을 끝으로 운영을 계속할지 안할지 전해진 것은 없지만, 세상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곳의 날개없는 천사들 덕분에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희망이 되는 세상이다. 마지막으로 청년은 현재 두 아이의 아빠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정기적으로 노래방 사장님과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본 글은 실제 제보를 통해 작성됐으며, 제보자 요청에 따라 '노래방 사장', '청년'으로 기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