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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 할아버지, 배우 오영수의 일대기

작성일 : 2021-10-18 16:06 작성자 : 김선재 기자

오징어게임 1번. ‘우린 깐부잖아’로 전세계를 깐부로 만든 일남 할아버지 배우 오영수. 믿기 않지만 1944년 10월 19일 생으로 78세이다. 고향은 경기도 파주군 탄현면 낙하리로 4남 1녀 중 셋째이다. 그는 6.25전쟁 전까지 꽤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의 할아버지가 황해도 해주에서 훈장을 하셨고 증조할아버지가 고을의 원이였기 때문이다, 해주에 땅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 6살, 6.25전쟁이 발발하고 아버지는 인민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형들도 젊어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때부터 삶은 180도 변해 학교와 막노동을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등 어려운 청소년기를 지냈다.

그리고 그가 스물다섯 살에 대던 해. 군에서 제대하고 취업이 잘 안됐던 그는 마침 극단 광장 단원인 친구가 ‘너도 한번 와보라’라는 말에 극단에 발을 내딛게 된다. 그렇게 1년 후 청소 같은 궂은 일 하면서 기회를 엿봤던 깐부 할아버지는 1966년 극단 광장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1968년 전옥주 작 ‘낮 공원 산책’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스물여덟 살 때 극단 여인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스탠리로 처음 주인공 역을 맡았다. 이후 극단 성좌와 극단 여인을 거쳐 1970년부터 16년간 극단 자유에서 활동하며 <대머리 여가수>, <따라지의 향연>, <파우스트> 등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했고 <백양섬의 욕망>의 앙젤로 역으로 동아연극상(1979년)을 받았다. 이 시기 교육방송에서 성우를 하기도 했다. 1987년에는 국립극단으로 옮겨 그곳에서 23년간 활동하며 정년을 마쳤다.

그가 국립극단에 들어간 계기에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현재 자신의 아내 강 모 씨와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은행원이었던 그의 아내는 연극을 자주 보러오던 팬이었는데, 결혼을 하려하자 처가에서 ‘연극쟁이이고 나이도 13살이나 차이가 난다’라며 반대했다. 이에 아내를 놓칠 수가 없었던 그가 선택한 길이 국립극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1987년, 비교적 늦은 나이인 43살에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이외에도 국립극단에 있을 당시 그는 자신의 연기 스승을 만나는데 바로 고 장민호 배우이다. 깐부 할아버지는 죽기 전에 ‘장민호 상’을 만들고 싶다고 할 정도로 고 장민호 배우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깐부할아버지는 연기 경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TV드라마와 영화 출연이 적다. 이에 대해 국립극단 단원으로서 자존심과 자긍심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고, 제안 받은 배역의 상당수가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실제로 증명하듯이 오징어게임 전에 그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은 2003년에 개봉한 ‘동승’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대표적인데 이 영화들은 청룡영화상(최우수 작품상, 기술상)과 춘사영화상(기획제작상, 미술상),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관객상)에서 잇따라 수상하면서 그의 안목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 영화들은 그가 오징어게임에 합류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 영화에서 노승 역을 맡은 깐부할아버지를 보고 황동혁 감독이 반해서 그를 직접 찾아가서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 감독은 2019년 11월 일찌감치 오영수 배우를 낙점하고 조감독을 통해 캐스팅을 제안했다. 당시 깐부 할아버지는 대본을 보고 조감독에게 ‘내가 고민 중이니까 감독이 시간이 되면 나를 한번 와서 보라’라고 역제안을 한다. 당시 일남 할아버지는 이미 마음의 준비는 한 상태였기에 자신을 직접 보고 정말 마음에 들어서 캐스팅했으면 하는 마음에 역제안을 한 것이다.

일남이 할아버지를 찾아간 황 감독은 그가 출연 중인 연극 ‘노부부의 방문’을 관람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캐스팅을 성사시켰다.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이미 황동혁 감독은 영화 ‘남한상성’ 캐스팅 때도 깐부 할아버지를 캐스팅하려했을 정도로 일남 할아버지의 연기에 매료됐었던 상태였다. 당시에는 깐부 할아버지 사정으로 불발됐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일남이 할아버지는 작 중에서 꾸부정한 허리에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 등 노인의 모습을 극대화 시켰는데, 사실 깐부할아버지는 하루에 평행봉을 50개씩, 1만보씩 매일 걷는 습관을 가져 매우 건강하다. 깐부 할아버지는 실제로 88세까지 무대에서 서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깐부 치킨’에서 광고 제안도 있었다. 그런데 이를 거절했다고 하는데 이 이유에 대해서 “깐부’(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할 때 한 팀이나 동지를 뜻하는 속어)는 <오징어 게임>의 주제에 가까운 단어예요. 극중 오일남이 기훈(이정재)에게 ‘우리는 깐부잖아’ 하는 말에는 인간관계에서의 신뢰와 배신 등등이 함축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광고에서 이 깐부를 직접 언급하면 작품에서 연기한 장면의 의미가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됐어요. 그래서 정중히 고사한 거예요.”라며 작품을 배려하는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

이외에도 많은 광고 제안이 들어오는데 사실 욕심이 나지만 가족에게 손 안 벌리고 살 정도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건 큰 욕심을 안 갖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광고에 대해 기회가 된다면 특히 작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거나 공익성이 있는 광고는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회, 아름다운 사람…. 내가 언젠가는 무대를 떠날 것 아닙니까. 그때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깐부 할아버지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말 중에 ‘아름다운’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오일남 배우. 통일이 되면 우리 할아버지가 사셨던 해주 땅에서 전원생활을 하다 삶을 마치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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